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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꽃잎 - 도종환 꽃잎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게인생이라고 생각하면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아지 못할 곳에서 와서끝 모르게 흘러가는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아득하여 더보기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1948) 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아마도 윤동주의 시는 어렸을 적부터 접하면서,정말 한글을 아름답게 노래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윤동주의 시로 '서시.. 더보기
스며드는 것 - 안도현 (2008)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 더보기
빈 집 - 기형도 (1988)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의 유작.그의 문은 안에서 잠기었나 밖에서 잠기었나... 더보기